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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구매NO] 고등어와 우표
    작성자 최건호 (ip:)
    • 작성일 2018-05-17 08:11:13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470
    평점 5점

    봄이었던가요.

     

    창문 밖 세상은 마치 슬픔을 가슴 깊이 간직한 어느 소년의 눈망울만큼이나 텁텁하고 우울함이 가득했어요.

    햇살조차 그런 눅눅함에 지쳤는지 이내 풀이 죽어있었어요. 마치 말라버린 시금치처럼.

     

    배가 고팠어요. 혹시나 데이빗 부인을 마주치면 한두 마디로는 끝나지 않을 이런저런 잔소리에 심장이 저릿했지만 결국 부엌으로 향했죠.

    부엌엔 어젯밤 데이빗 가족이 먹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까망베르 치즈 몇 조각과 뼈가 앙상한 고등어가 있었어요.

     

    데이빗 가족은 고등어를 참 좋아했어요.

    이웃집 어니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는 날엔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였죠.

    정작 채식주의 가족이었던 그들은 썩 즐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요.

     

    망설였어요. 하지만 제 주머니엔 동전 몇 개가 다였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이내 고등어를 집어 들었어요.

    후에 데이빗 부인의 타박이 있지 않을까 봐 조금 두려웠지만 이내 고등어를 꺼져가던 화로에 데우기 시작했어요.

     

    부엌엔 연기가 솔솔 퍼졌고 드디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소리가 들렸어요. 익숙한 구둣발 소리. 또각 또각.

    데이빗 부인의 둘째 딸 웬디였어요. 승마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시간이었죠.

     

    그녀가 기척을 느꼈는지 부엌 쪽으로 오기 시작했어요. 또각 또각.

    마음이 급해진 저는 급하게 고등어를 안주머니에 넣었어요.

    아뿔사! 안주머니에는 어제 일한 대가로 받은 마을 축제 기념 우표가 있었어요.

    '괜찮아 우표는 내일 또 일하고 받으면 되지...'

     

    ᅳ 왈칵! 부엌문이 열렸어요.

    웬디가 말했어요.

    " 어 이상하다..? 누가 있는 거 같았는데... 아닌가..? 게다가 아무 냄새도 안나네?"

     

    저는 문 뒤에서 미소지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고등어 냄새 때문에 바로 들켰겠죠.

     

    하지만 부엌엔 어제저녁 어니 가족이 식사 자리에서 선물한 에어비타 더스트제로 PM 1.0이 있었어요.

    데이빗 부인이 선물 받은 걸 어찌나 좋아하면서 자랑하던지. 아직도 그 기능들이 기억이 나요.

     

    기존 공기 청정기에 비해 작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강력한 공기정화 능력을 유지하는 놀라운 기계였죠.

     

    손쉬운 사용과 필터 교체 없이 물 세척이 가능해 사계절 내내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데다

    생선 연기는 물론이고 꽃가루 물질, 담배 연기, 초미세먼지까지 강력히 대응하더군요.

     

    간발의 차이로 방에 한 발짝 먼저 들어온 저는 에어비타 더스트제로 PM 1.0 덕분에 부엌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앙상한 고등어와 까망베르 치즈로 무사히 끼니를 때울 수 있었답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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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SMALL 2018-05-18 12:01:02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안녕하세요.

      눈물이 촉촉히 앞을 가리는 (크흑! ㅠㅠ) 상황에 무릎을 후려치는 반전까지!!

      회원님의 필력에 감탄입니다.

      혹시 예전 네이트 판쪽에서 활동하시지 않으셨는지...(이런 글들을 그쪽에서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옛날 옛적에요...)

      하여간 정성스런 후기에 감사드립니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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